250410 논평_인천지방법원의 중증장애인 불합격처분 취소 청구 기각 판결에 대한 논평
- [보도성명]
- ddask
- 2025.04.10 10: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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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고용차별 문제 해소를 위하여
국가기관의 구체적인 차별시정조치 확대와
사법부의 엄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적용을 촉구한다
- 인천지방법원의 중증장애인 불합격처분 취소 청구 기각 판결에 대한 논평 -
2025. 1. 17. 인천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 호성호)는 2023년도 인천광역시교육청 지방공무원 공개·경력경쟁임용시험 교육행정 장애인구분모집 불합격처분을 취소하라는 중증장애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는 외관을 통해 장애 정도가 쉽게 드러나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으로 위 임용시험 중 필기시험을 높은 점수로 합격했으나 면접시험에서 '미흡' 등급을 받아 최종 불합격하였다. 해당 시험에서 장애인구분모집 전형의 최종합격자는 총 5명으로, 선발예정인원이었던 9명에 크게 미달하였다. 일반모집 전형의 경우 선발예정인원 72명을 넘어 80명이 최종 합격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였다. 비장애인 합격자수는 선발예정인원을 초과하는 반면 장애인 합격자수는 선발예정인원에 미달하는 이러한 불균형한 결과가 해마다 인천시교육청의 위 직렬 임용시험에서 반복되어 왔다. 원고는 이와 같은 불균형한 결과가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 의문을 느끼고 인천시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인사위원회위원장(이하 '피고'로 통칭)을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원고는 이 사건 임용시험에 절차적, 실체적 위법성이 모두 존재하여 불합격처분이 취소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대표적인 절차적 하자로 이 사건 면접위원들이 장애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일반 공무원들로 구성되었음에도 피고는 면접위원들이 가질 수 있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시정하고 장애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애 사전 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원고의 장애특성에 대한 사전고지 역시 원고가 가진 장애 종류 및 정도에 관하여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 결국 피고는 장애인 응시자가 비장애인 응시자와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는바, 이는 이 사건 면접시험에서 나타난 직접·간접차별의 기반을 이루는 조건에 해당되는 동시에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이 정한 편의제공의무를 구체적으로 위반한 것이었다.
원고는 또한 이 사건 면접시험의 응시인원이 총 7명으로 선발예정인원 9명보다 이미 적은 상황이었고 첫 번째 면접시험 결과 합격자 수가 선발예정인원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피고가 '미흡' 등급을 받은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추가면접 실시하지 않은 점도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서 지적하였다. 장애인고용에서 구체적인 우대정책을 실시하도록 한 「지방공무원 균형인사 운영지침」과 장애인구분모집 전형제도의 취지, '최초 면접시험의 응시인원이 선발예정인원보다 적은 경우'를 추가면접을 실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명시한 「지방공무원 인사제도 운영 지침」의 내용 등에 비추어볼 때, 면접시험 전후에 드러난 위 사정들은 이 사건 추가면접 실시를 결정하는 재량행위의 고려대상에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들이었다. 그러나 피고가 추가면접 미실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위 사정들은 전혀 검토되지 않고 모두 누락되었다.
그 밖에 이 사건 필기시험에서 원고를 비롯하여 편의제공을 신청한 응시자들의 응시번호를 그 밖의 응시자들과 분리함으로써 이들을 식별할 수 있도록 만든 문제, 원고가 면접시험 당일 인천시교육청 직원의 안내에 따라 면접실로 이동하던 중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겪었음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불안정한 심신상태로 면접에 임하도록 만든 문제 또한 절차상 하자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 판결은 면접위원 장애 사전교육 및 장애특성에 대한 실질적인 사전고지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법령상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고 추가면접 실시 결정은 피고의 재량행위에 속한다는 등의 피고측 주장을 주되게 받아들여 절차적 하자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였다. 이는 대단히 형식적인 판단으로, 직접차별 뿐만 아니라 간접차별, 정당한 편의제공의 거부 등을 모두 장애 차별로 규정하면서 이러한 차별을 방지하고 실질적으로 해소할 책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우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를 형해화시키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나아가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 면접시험에 장애를 이유로 한 직접·간접차별이 존재하였다는 원고의 실체적 하자에 대한 주장 또한 기각하였다. 면접위원들이 이상 원고에 대하여 낮은 평정점수를 부여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차별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차별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2. 9. 선고 2015가합519728 판결은 서울특별시가 설립한 공공기관에서의 불합격처분이 장애 차별로서 다투어진 사건에서 '장애인을 불합격시킨 사실' 자체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1호의 차별행위로 보고 '장애로 인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시험실시기관이 입증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원고는 이 사건 면접시험에서 유일하게 중증장애가 외관으로 드러나는 응시자였고 원고에 대한 평정표에는 실제 답변 내용과 비교하여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하' 평점의 근거로서 부기되어 있는 등 장애 차별이 강하게 의심되는 정황들이 존재하였다. 그럼에도 이 사건 판결은 면접위원들의 평정 과정에 중증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작용했다는 점을 원고측에서 입증할 것을 요구하여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였는바, 이와 같은 해석으로는 면접시험에서의 장애 차별은 대부분 입증할 수 없는 사안이 되어 결과적으로 차별 시정도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전체 체계에서의 법 문언적 해석,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입증책임 배분 조항의 입법 취지, 채용 차별 사건에서 실질적 차별 시정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보면, 기존 2015가합519728 판결과 같이 입증책임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해석이 마땅하고 필요하다.
이 사건 판결에 대한 위와 같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고심 끝에 항소를 포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불합격처분을 받은 다음 해인 2024년, 인천시교육청이 실시한 동일한 임용시험에 재응시하여 최종 합격하였고, 이에 따라 불합격처분 취소를 구할 실제적인 이익의 상당부분이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원고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차별 관행이 확인되고 시정되기를 바라며 1심 판결까지 소를 유지하였으나 앞으로의 공무원 생활에 집중하기 위하여 항소는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원고의 소 제기가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원고가 소를 통해 제기했던 문제 중 일부는 원고의 소 제기 이후 실시된 2024년도 인천시교육청 지방공무원 공개·경력경쟁임용시험에서 곧바로 시정되었기 때문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지 행정편의만을 위해 편의제공을 신청한 응시자들의 응시번호를 분리하여 식별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문제적 관행을 시정하였다. 나아가 '면접시험 결과 미흡 등급을 받은 응시자의 수가 탈락예정인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추가면접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공고함으로써 면접시험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2024년도 임용시험 장애인구분모집 전형에서는 결과적으로 선발예정인원과 동일한 인원인 8명이 최종 합격하였다. 장애인 합격자수가 항상 선발예정인원에 미달했던, 해마다 반복되어온 문제적 상황이 해소된 것이다. 원고의 소 제기를 계기로 임용시험에서의 장애 차별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시정하려고 노력한 결과로 평가한다. 다음 주인 2025. 4. 14. 2025년도 인천시교육청 지방공무원 공개·경력경쟁 임용시험 응시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작년에 시작된 인천시교육청의 차별 시정 노력은 올해 시험에서 유지되고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작년에 이루어진 시정 조치에 더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시정하고 차별을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으로 면접위원에 대한 사전교육 및 장애특성에 대한 사전고지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등 면접시험에서의 직접·간접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국가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 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소 제기와 1심 판결은 가장 공정할 것이 기대되는 공무원 시험에서조차 중증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결과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드러냈다. 동시에 이와 같이 장애 차별이 강하게 의심되는 정황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요구하는 입증책임 배분 원칙을 그 입법 취지에 맞게 적용하지 않으면 장애 차별을 법적으로 확인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또한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의 고용 차별은 여전히 심각하며, 특히 중증장애인의 고용률은 20%대로 현저하게 낮다. 국가·지자체·공공기관 등에서조차 반복되고 있는 장애인의 고용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장애 차별을 실질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국가·공공기관의 노력, 그리고 장애 차별이 문제되는 경우 입증책임 배분 조항을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에 따라 해석하는 사법부의 엄정한 법 적용 양자 모두가 필요하다. 국가·공공기관과 사법부 모두의 적극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2025년 4월 10일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