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의미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으며, 이 땅을 살아가는 육체적·신체적 장애를 가진 우리 장애인 당사자들도 헌법조항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장애인들도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 참여해 자신의 욕구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생을 즐길 권리를 갖습니다. 그러나 우리 장애인들은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무조건 무시당하거나 멸시 당하고, 외견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 모든 일상영역에서 무차별적으로 거부당하고 배제되어왔습니다. 또한 취업문턱에서 원서조차 내밀지 못하고, 공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승진에서 탈락되고, 해고에 있어서는 언제나 일순위가 되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항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무수히 많은 시설장애인들의 인권이 짓밟혀왔으며, 휠체어리프트조차도 목숨을 내놓고 타야 하는 것이 우리 장애인들의 인권현실입니다. 특히 비장애인중심의 사고와 가부장적 문화속에 여성장애인이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의 억압적 현실은 암담할 뿐입니다. 더욱 우리 장애인들을 참담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인권 차별 현실을 어디에도 하소연할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인권침해와 차별을 당해도 구제절차와 구제책이 없는 현실은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한다는 무수히 많은 인권선언문과 장애인 관련 입법들이 권리조항이 아니라 전시적인 조항에 불과하고, 그 결과 우리 장애인들은 보호와 동정의 대상으로 머물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장애인들은 더 이상 동정과 시혜로 얼룩진 삶을 거부하며, 전시적인 법으로 이 땅에서 소외되기 쉬운 장애인에게 자행해서는 안 되는 인권침해를 근절하고,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되는 입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해왔습니다. 또한 단순히 동정적이고 배려적인 복지서비스의 확대가 아니라, 우리 장애인을 복지수혜자만으로서가 아니라, 복지의 참여자로서 일어서게 하며, 장애인의 권리가 정당하게 요청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인권패러다임이 기반이 되는 입법을 요청해왔으며, 그것이 바로 「장애인차별금지법」입니다.
보편적 인권으로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이미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 여러 선진국에서 다양하게 입법화되어왔으며, 소외계층과 소수자 인권보장을 위한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 장애인들은 단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 땅에서 인권침해로 억눌려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될 것입니다.
2003년 4월 15일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출범선언문 중 일부